루쉰: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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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Ko (토론 |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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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번째 줄:
* 사람을 먹어 본 적 없는 아이가 혹 아직도 있을까?<br>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
** 〈광인일기〉
 
* 그 뒤로 또 오랫동안 쿵이지를 보지 못했다. 연말이 되자 주인은 칠판을 떼 내리며 말했다. "쿵이지는 아직도 외상이 열아홉 푼 남았구만!" 그 다음 해 단옷날이 되어서도 또 그랬다. "쿵이지는 아직도 외상이 열아홉 푼 남았구만!" 그러나 올 추석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연말이 왔어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br>지금까지도 나는 그를 보지 못했다. 아마 죽었으리라.
** 〈쿵이지〉
 
* 바람은 완전히 멎었고 길은 여전히 정적이었다. 걸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면 어떡하지? 아까 일은 잠시 접어 둔다 해도 한 줌 동전은 또 무슨 의미였을까? 그를 치하하려고? 내가 그를 심판할 수 있을까? 나는 나에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 〈작은 사건〉
 
* 나는 드러누워 배 밑창의 철썩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가 내 길을 가고 있음을 알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룬투와 이 지경으로 멀어졌지만 우리 후배들은 여전히 한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 훙얼은 지금 수이성을 못 잊어 하지 않은가? 바라기는, 저들이 더 이상 나처럼 되지 말기를, 또 모두에게 틈이 생기지 않기를……그렇다고 또 저들이 의기투합한답시고 나처럼 고통에 뒤척이며 살아가진 말기를, 또 룬투처럼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진 말기를, 또 다른 이들처럼 고통에 내맡기며 살아가진 말기를. 저들은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br>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갖겠다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아직도 우상을 숭배하며 언제까지 연연해할 거냐고.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나 자신이 만들어 낸 우상이 아닐까? 그의 소망은 비근한 것이고 내 소망은 아득한 것일 뿐.<br>몽롱한 가운데 바닷가 푸른 모래밭이 펼쳐져 있고 그 위 검푸른 하늘엔 노란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생각해 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 〈고향〉
 
* 건달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 짓궃게 굴었다. 끝내 주먹다짐이 오가기에 이르렀다. 형식적으로 보면 아Q는 패배했다. 놈이 아Q의 누런 변발을 휘어잡고 너덧 번 벽에다 머리를 쾅쾅 찧고 나서 만족스러운 듯 의기양양하게 가 버렸으니 말이다. 아Q는 잠시 서서 생각했다. '아들놈한테 얻어 맞은 걸로 치지 뭐. 요즘 세상은 돼먹지가 않았어…….' 그러고는 그도 흡족해하며 승리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br>아Q는 속에 있는 생각을 매법 뒤에 가서 내뱉었다. 그래서 아Q를 놀려 대는 자들 거의 전부가 그에게 일종의 정신승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 그의 누런 변발을 낚아챌 때는 아예 이렇게 못 박아 두는 것이었다.<br>"아Q, 이건 자식이 애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 떄리는 거야. 네 입으로 말해 봐!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라고!"<br>아Q는 양손으로 변발 밑둥을 틀어쥐고는 머리를 뒤틀며 말했다.<br>"버러지를 떄리는 거야, 그럼 됐지? 나는 버러지야, 이래도 안 놔?"<br>버러지라고 해도 건달은 놓아주는 법이 없었다. 늘 그래 왔던 대로 가까운 데 아무 데다 대고 몇 번 머리를 쾅쾅 짛고 나서야 만족하여 의기양양하게 가 버리는 거였다. 이번에야말로 아Q도 꼼짝 못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십 초도 안 되어 아Q도 흡족해하며 승리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야말로 자기를 경멸할 수 있는 제일인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경멸'이란 말을 제외하면 남는 건 '제일인자'였다. '장원급제'한 자도 '제일인자'가 아닌가? "네깟 놈이 뭐라고!?"
** 〈아Q정전〉
 
* 여론으로 말하자면, 웨이좡에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모두들 아Q가 나빴다는 거였다. 총살을 당한 것이 그가 나쁜 증거라는 것이다. 그가 나쁘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총살을 당했단 말인가? 그러나 도시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들 대다수가 불만이었다. 총살은 싹둑 하는 것만큼 좋은 구경거리가 못 된다는 거였다. 게다가 그 웃기는 사형수라니, 그리 오래도록 끌려다녔건만 노래 한 구절 뽑지도 못하다니……괜히 헛걸음질만 시켰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 〈아Q정전〉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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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많은 생명이 허비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래도 이른바 장래에 대한 희망에 있습니다. 희망은 존재에 덧붙여져 있으며 존재가 있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빛이 있습니다. 역사가의 말이 기만하는 말이 아니라면 세계의 사물이 암흑으로 오래 존재한 선례는 아직 없습니다. 암흑은 곧 멸망하는 사물에 빌붙을 수밖에 없고 암흑도 더불어 같이 멸망하며 영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장래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빛날 것입니다. 암흑에 달라붙지 않고 광명을 위해 멸망한다면 우리에게는 반드시 유구한 장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광명으로 밝은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 〈강연 기록〉
 
=== 아큐정전 ===
* 동네 건달들은 아큐를 볼 때마다 “야아, 반짝반짝해졌는걸! 이제 보니 등잔이 여기 있었군.” 하고, 그의 머리를 쿵쿵 쥐어박곤 했다. 그들은 아큐가 단단히 혼쭐이 났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아큐는 십 초도 안 되어서 승리감으로 의기 양양해졌다. 자신을 짐짓 벌레처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건달들은 결국 벌레를 곯려 준 꼴이 되는 것이니까.
 
[[분류:20세기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