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나관중이 쓴 연의 형식의 소설

《삼국지》 (황석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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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원결의

  • 예로부터 이르기를 천하대세란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또 반드시 나누어지는 법이라 했으니, 주(周)나라 말년에 일곱 나라로 나뉘어 다투다가 진(秦)나라로 통일이 되고, 진나라가 멸망한 뒤에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다투다가 다시 한(漢)나라로 통일되었다.
  • 푸른 하늘이 이미 죽었으니 / 누런 하늘이 마땅히 서고
  • “저희들 유비.관우.장비가 비록 성은 다르나 이미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은즉,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해 어려운 자와 위태로운 자를 구하며,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편안케 하되, 우리가 동년 동월 동일에 태어나지는 못하였으나 다만 동년 동월 동일에 함께 죽기를 원하오니, 황천후토(皇天后土)는 이 마음을 굽어 살피시어 의리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거든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주소서.”

3. 동탁의 음모

  • 조조가 하진에게 말한다. “환관들이 나라에 해를 끼친 것은 예로부터 있었 던 일입니다. 군주가 그들을 너무 총애하고 큰 권력을 주어 이 꼴이 된 것입니다. 환관의 죄를 다스리려 한다면 환관의 죄를 다스리려면 우두머리만 없애면 되고,그일은 옥리 혼자서도 할 수 있거늘 어찌하여 지방 제후의 군사까지 부른단 말입니까? 그들을 다 죽이려 일을 크게 벌리면 탄로나서 오히려 그르치고 말 것입니다.”

4. 어린 황제를 폐하는 동탁

  • “역적 동탁이 우리 모자를 핍박하고, 하늘이 우리를 저버려 너희들이 악한 짓을 하고 있다만, 머지않아 네놈들도 멸족당할 날이 있을 게다!”
  • 조조는 엉겁결에 칼을 두 손으로 받들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뢴다. “저에게 보검 한 자루가 있기에 특별히 은혜로운 승상계 바치고자 합니다.”
  •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소.”

5. 전국의 제후들이 모이다

  • 관우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가 말에 뛰어올랐다. 잠시 후 관 밖에서는 북소리와 함성이 천지를 진동한다.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듯 요란하여 모든 제후들이 놀라 소식을 기다리는데, 문득 말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일제히 쳐다보니 관우가 화웅의 머리를 들고 와서 보란듯이 내팽겨쳤다. 따라놓은 술이 미처 식지 않은 사이였다.

6. 옥새를 숨긴 손견

  • “저 같은 목숨 하나 없어진다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만, 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7. 손견의 죽음

  • 소년장수는 키가 8척이요 부리부리한 눈에 눈썹이 짙고, 하관이 발달하여 너부죽한 얼굴에 위풍이 늠름하다. 소년장수의 창술은 눈부실 정도인데, 문추는 의외의 강적을 만나 위아래로 막기에 바빴다. 문추가 창을 곧추 찔러들어가자 소년장수는 능숙하게 창대를 휘돌려 막으면서 그대로 문추의 옆구리로 창날을 잘러들어온다.

9. 동탁의 최후

  • 마일제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물러나와 대신들에게 말했다. “왕윤은 길게 가지 못할 것이외다. 착한 사람은 나라의 기강이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국가의 법이거늘, 기강을 없애고 법을 폐하여 어찌 오래 갈 수 있겠소?”

12. 조조와 여포

  • 조조는 손을 들어 반대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황마(黃馬) 타고 도망치는 자가 바로 조조입니다.”

17. 칠로군을 쳐부순 여포와 조조

  • 왕후는 깜짝 놀라 애원한다. “이몸이 무슨 지가 있사옵니까?” “네게 죄가 없는 것은 잘 안다만, 너를 죽이지 않고는 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네가 죽은 뒤에 처자들은 잘 돌보아줄 터이니, 그 점은 염려 말아라.”
  • “승상께서 보리밭을 짓밟아 목을 베어 징계해야 하나, 이 머리털로 대신하노라.” 이 말을 들은 군사들은 모두 놀라며 누구 한 사람 군령을 어기는 자가 없었다.

18. 눈알을 씹어삼키는 하후돈

  • 가후가 대답한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장군께서는 용병을 잘하시나 조조의 상대는 아니십니다. 비록 패했지만 돌아가는 조조의 군대는 반드시 용감한 장수와 날랜 정예병을 뒤에 배치하여 추격병을 방비했을 것이오. 그러니 우리 군사가 용맹해도 당해내지 못할 터라, 패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허나 조조가 서둘러 퇴각 하는 걸 보면 반드시 허도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지요. 그러니 추격해온 적은 이미 무찔렀겠다, 속히 돌아갈 생각에 급급하여 다시 후대를 방비했을 리가 없질 않겠소? 이때 우리가 다시 추격하여 싸운 다면 이길 게 뻔하지 않겠소이까?”
  • “원소에게는 열 가지 패할 이유가 있고, 주공께는 열 가지 이길 이유가 있으니, 원소의 군사가 비록 강성하다 해도 전혀 두려울 바가 없습니다.”

21. 호랑이굴을 벗어난 현덕

  • “모름지기 영웅이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좋은 꾀를 숨기고, 우주를 끌어안는 기틀과 천지의 뜻을 삼킨 자여야 하오.”

23. 재사 예형과 의인 길평

  • 예형이 소리를 가다듬어 마주 꾸짖는다. “네가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분간하지 못 하는 것은 눈이 탁한 탓이요, 시서(詩書,『시경』과『서경』)를 읽지 않았으니 이는 네 입이 탁한 것이다. 또한 올은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는 귀가 탁한 탓이요, 고금 역사에 정통하지 못하니, 이는 네 몸이 탁한 탓이요, 제후를 용납하지 못하니 이는 네 배가 탁한 탓이요, 항시 찬역할 뜻을 품으니 이는 마음이 탁한 탓이다. 나는 천하의 명사인데 네가 나를 북이나 치게 하니, 이는 곧 양화(陽貨)가 공자를 업신여기고, 장창(臧倉)이 맹자를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느니라. 그래 천하를 얻으려는 자가 이렇듯 사람을 우습게 안단 말이냐!”

25. 사로잡힌 관운장

  • "첫째, 내가 유황숙과 함께 한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기로 맹세했으니, 이제 내가 항복하더라도 오직 한나라 황제께 하는 것이지 결코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두 분 형수님께 유황숙의 봉록을 내려 부양하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거처에 들이지 않을 것이며, 셋째, 유황숙이 어디 계신지 아는 날에는 천리라도 만리라도 가리지 않고 돌아갈 것이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맹세코 항복하지 않겠소. 그대는 어서 가서 승상의 회답을 받아오시오."

35. 수경선생

  •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두 사람 가운데 하나만 얻어도 가히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36. 떠나는 서서

  • 그 사람은 함부로 불러올 사람이 아닙니다. 사군께서 몸소 가셔서 청하십시오. 만약 이사람만 얻는다면 주나라가 여망(呂望)을 얻고, 한나라가 장량(張良)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37. 삼고초려

  • “본시 공명은 박릉(博陵)의 최주평(崔州平), 영천(潁川)의 석광원(石廣元), 여남(汝南)의 맹공위(孟公威), 그리고 서원직(徐元直, 서서), 이렇게 네 사람과 아주 가까이 지내던 사이요. 이들 네 사람은 모두 순수한 마음으로 학문에 정진했는데, 오직 공명만이 홀로 천하의 이치를 꿰뚫어보았소이다. 그가 일찍이 책상다리를 하고 시를 읊다가 네 사람을 가리켜 말하기를 ‘공들은 벼슬길에 나가면 자사(刺史)나 군수(郡守) 정도는 하리라’ 하니, 그래 다른 이들이 공명에게 ‘그래, 그대가 뜻하는 바는 뭐요?’ 하고 물었소. 공명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고 합디다. 그 사람은 항시 자신을 관중이나 악의에 견주는데, 가히 그 재주를 헤아릴 길이 없소이다.”

42. 장판교를 지킨 장비

  • "그건 아우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차라리 장판교를 그대로 두고 왔다면 저들은 혹시 우리 복병이 숨어 있을까 두려워 감히 쫓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리를 끊어버렸으니, 우리가 세력이 약해 겁내는 걸 짐작하고 반드시 뒤쫓아올 게다. 백만대군을 거느린 조조니 강한(江漢)이라도 메우고 건널 판인데, 그까짓 다리 하나 끊어졌다고 대수겠느냐?"

43. 제갈량의 설득

  • "국가의 대계와 사직의 안위는 바로 계책을 잘 세우는 데 달려 있는 것이지, 말만 앞세우는 무리들이 명성이나 얻으려고 사람을 속이는 것과는 다르오. 그런 자들은 앉으나 서나 말로는 못하는 게 없지만, 임기응변으로는 백에 하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외다."